
주치의와 가족 면담을 하고 일주일 뒤 예약되었던 외래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서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폐상태가 일주일 전보다도 안 좋아졌다고 하여 당일 날짜로 입원장을 써주며 입원을 하라고 했지만 역시나 병실이 없어서 일단 대기를 하다가 병실이 나면 바로 입원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병원 병동에 전화해서 대기 순서를 알아보니 5인실은 27번째, 2인실은 20번째라고 하여 바로 1인실로 신청을 했다. 2인실은 병실이 금방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20번째라고 하니 언제 입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인실은 대기 2번째라고 했다. 하루 이틀 안에 입원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고 일단은 투석을 받는 날이기에 집 근처 투석 병원으로 갔는데 투석을 시작하려고 하..

아빠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다녀오고 이틀 뒤에 주치의에게 보호자 면담을 하기로 했었다. 남동생과 둘이 주치의를 면담하러 병원으로 가서 기다렸는데 주치의는 자리에 없다고 하여 담당의와 면담을 하게 되었다. ('담당의'는 '주치의'의 감독 · 지시하에 환자의 사소한 것을 모두 다 챙기는 의사로 보통 전공의가 맡게 되며, '주치의'는 보통 과장 · 교수들이 맡게 된다.) 그동안 찍었던 CT 사진을 차례대로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6개월 새에 폐에 전이가 급속도로 퍼졌고 심해진 상태라고 했다. CT 사진을 보니 처음에는 아주 작은 모래알처럼 몇 개의 알갱이가 보였는데 점점 크기도 커지고 숫자가 많아지더니 며칠 전 찍은 CT에선 정말 시골에서 보는 밤하늘에 별이 떠 있는 듯 폐 안에 꽉 찬 크고 작은 암덩어리들..

집에 돌아온 후 여전히 아빠는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을 받으셔야 했고 전과 다르게 투석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셔서 4시간 투석 시간을 채우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코에 산소 튜브를 넣고 투석을 받으셨지만 투석 중간에 혈압이 떨어져서 중단을 해야 할 경우도 많았고 아빠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다 못하고 중간에 끝내야 할 경우도 생겼다. 식사도 여전히 잘 못하셔서 조금만 매운 것도 드시지 못하셨고 뜨거운 것도 드시기 힘들어 하셨다. 식사라도 예전처럼 잘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2주가 지나 다시 병원에 외래를 갔고 간초음파를 했는데 흉수가 없다 해서 뽑지는 않았다. 다시 2주 후에 외래로 와서 CT를 찍기로 하고 워낙에 드시는 약이 많아 매일 아침에만 10알이 넘는 약을 드셔야 ..

집으로 와서 2차 항암제 스티바가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큰 부작용은 없는 듯했다. 2주 뒤에 외래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퇴원 후 1주일 만에 아빠는 숨이 많이 차다고 하셨고 근처 응급실로 가면 다시 서울에 치료받는 병원으로 전원을 보낼 것이 뻔하여 다니는 병원 병동에 전화를 하여 급하게 외래 진료를 보기로 했다. 지난번 흉수를 뽑을 무렵부터 아빠는 숨이 차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집에서도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 병원에 갔을 때 산소 튜브를 코에 끼시고 투석을 받곤 했다. 아빠에겐 흉수 뽑은 지 일주일밖에 안됐으니 흉수가 다시 많이 차지는 않았을 거라고 안심시키며 병원 외래를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일주일 만에 흉수를 다시 1.5리터를 뽑아냈다. 아빠는 흉수를 뽑고 돌아오는 내내 ..

퇴원을 해서 정규 외래 검사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통증으로 인해 가슴에 붙이는 마약성 패치 통증제와 먹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고 버티셨다. 지난 섬망 이후에 증상에서 완전히 돌아오셨어도 혈액 투석을 하시기 때문에 소변은 하루에 한 번도 안 보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변을 보시는 일이 잦아서 계속 기저귀를 사용하셔야 했다. 오랜 시간 당뇨 합병증과 혈액 투석으로 편찮으셨지만 자존심 강하시고 건재하셨던 아빠가 하루하루 다르게 쇠약해지시고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드신 상황을 보니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나보다 더 속상하시고 자존심 상하실 아빠에게 이건 다 일시적인 거라고... 지금만 이겨내면 다 괜찮을거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누구나 그런다고 말했지만 이런 말들이 아빠에게 위로가 될 거 ..

넥사바를 2주간 복용하면서 복용량을 절반으로 해서 그런지 다행히 큰 부작용은 없었다. 외래 진료를 가서 피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니 다행히 피검사 결과도 전반적으로 좋다고 했다. 한 달 뒤 다시 외래를 와서 피검사와 CT를 찍기로 예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식사를 못하시니 기력이 떨어지시고 입도 헐어서 더 식사를 못하시고 악순환이 계속됐다. 처방받은 약으로 가글을 하면서 염증을 없애려 해도 낫지 않았다. 병원을 다녀와서 열흘 뒤쯤 아빠는 갑자기 설사와 구토를 하셨다. 119를 불러서 집 근처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원래 치료를 받던 곳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다시 응급차를 타고 서울의 치료를 받던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혈압이 떨어지고 칼륨 수치가 높았다. 카리메트를 두 시간 ..

전신 항암제를 복용하기로 하고 처음 외래 진료를 가서 진료 전에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를 먼저 하고 예약 시간이 되면 진료를 보는 순이었다. 피검사까지는 금식이기 때문에 일찍 가서 피를 뽑고 병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오후에 진료를 봤다. 지난번 퇴원 이후로는 식사를 잘 못하셔서 기력이 더 떨어지시는 듯했다. 원래도 매운 음식을 잘 드시지는 못했지만 입이 헐어서 아프시다며 김치조차도 드시기 힘들어하셨고 뜨거운 음식도 싫다고 하실 만큼 조금이라도 자극을 주는 음식은 못 드시게 되었다. 오후 시간이 되어 진료를 보는데 전신 항암제를 먹기에는 몸상태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며 3주를 미루고 체력을 회복하는데 힘을 써보자고 했다. 전신 항암제를 먹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토를 하는 등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혼수상태에 빠지신 지 여섯째 되는 날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계속 주무시던 아빠가 뒤척거리시더니 '배고파' 하면서 스스로 일어나 앉으셨다. 너무 놀라서 '아빠 괜찮아?'를 연신 물으며 바라보았다. 아직 멍하신 표정으로 '여기 어디야?' 라며 병실의 커튼을 젖히라고 하셨다. 새벽시간이라 다른 환자분들이 주무시고 계시니 작은 소리로 '병원이야. 병원. 기억 안 나?'라고 물으며 커튼을 좀 열었다. 배가 고프다고 하셔서 엔커버(장기간에 걸쳐 음식물 섭취가 곤란한 환자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경장영양제 전문약(ETC))에 빨대를 꽂아 드렸다. 아빠는 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관장을 몇 번이나 했던 것도, 내가 깨우던 일들도, 억지로 일어나시게 해 죽을 드시게 하려던 ..

통증으로 인해 모르핀까지 맞은 아빠는 그간 못 주무셨던 잠을 몰아서 주무시는 건지 일어나시질 않으셨다. 식사라도 하시고 주무셔야 할 것 같아 둘째 날부터는 흔들어 깨우고 일으켜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고 침대를 세워 앉혀 봐도 고개를 뒤로 젖히시고는 계속 주무실 뿐이었다. 간호사에게 증상을 호소하니 담당의가 왔고 담당의는 간성혼수로 보인다며 몸 안에 암모니아가 쌓여 생길 수 있는 증상이므로 관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간성뇌증 또는 간성 혼수는 간질환이 진행된 경우의 합병증으로 급성 및 만성 간질환 모두에게 올 수 있다. 간성뇌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간 기능 손상으로 인한 여러 가지 독성물질의 축적(암모니아), 혈중 아미노산의 조성 변화, 혈중 및 뇌에서의 신경 방해 물질 증가이다. 이 중 간성뇌증은 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