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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와 가족 면담을 하고 일주일 뒤 예약되었던 외래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서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폐상태가 일주일 전보다도 안 좋아졌다고 하여 당일 날짜로 입원장을 써주며 입원을 하라고 했지만 역시나 병실이 없어서 일단 대기를 하다가 병실이 나면 바로 입원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병원 병동에 전화해서 대기 순서를 알아보니 5인실은 27번째, 2인실은 20번째라고 하여 바로 1인실로 신청을 했다. 2인실은 병실이 금방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20번째라고 하니 언제 입원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인실은 대기 2번째라고 했다.

 

하루 이틀 안에 입원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고 일단은 투석을 받는 날이기에 집 근처 투석 병원으로 갔는데 투석을 시작하려고 하는 찰나에 전화가 와서 입원이 가능하다 하여 투석은 입원해서 받기로 하고 그 길로 바로 입원을 하러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입원을 한 후 당일 투석이 가능하다 하여 투석을 받고 1인실로 돌아와서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서 지혈 밴드를 풀었는데 지혈이 되지 않아 피가 뿜어져 나왔다.

보통은 투석을 받은 후에 힘껏 눌러서 10분 정도를 지혈하면 지혈이 되었었는데 오늘은 투석실에서도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지혈밴드를 차고 병실로 올라온 터였다.

 

1시간 30분이나 지났는데 지혈이 안 됐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뿜어져 나오는 피에 너무 놀라 간호사를 호출했다.

침대가 흥건해지고 누르고 있는 내 팔도 피투성이가 되었다. 간호사가 거즈를 가져와 대충 추스른 후에 다시 지혈밴드를 둘렀다. 그렇게 지혈 밴드를 하고 다시 1시간 30분이 지나 풀었는데 그때까지도 지혈이 되질 않았다.

요즈음 아빠가 투석하시는 팔에 인공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지만 워낙 몸이 안 좋은 상태이시라 당장은 하지 못하고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그래서인 건지 지혈이 되지 않는 거였다.

(혈액투석을 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피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보통 피검사를 할 때 찌르는 정맥은 압력이 낮아서 충분한 혈류를 확보할 수 없다. 동맥은 압력은 충분하지만, 너무 깊이 있어서 투석을 할 때마다 동맥을 찌르기도 어렵고, 지혈을 오래 해야 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찌르기 쉬우면서도 혈류가 충분한 혈관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혈관 접근로라 말하는데,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혈관 접근로는 팔의 동맥과 정맥을 인공 혈관으로 연결해 놓는 것이다.)

 

투석을 오랜 기간 하면 인공 혈관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다.(사진출처 : 내일신문)

다시 서둘러 지혈 밴드를 둘러놓고 새벽녁에서야 풀었다.

 

안 그래도 기력이 없는 아빠가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으니 더 힘이 드셨을 거다.

거기다가 요즈음은 숨쉬기를 더욱 힘들어하셔서 아빠 스스로도 겁이 나시는 듯했다.

 

다음날 다행히 5인실로 병실을 옮기고 항생제와 수액을 맞았다.

꽂고 있던 산소 튜브를 2리터에서 5리터로 증량했다.

아빠는 하루 종일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만 계시니 무척이나 답답하고 힘들어하셨다.

산소 튜브를 꽂고 계시니 휠체어를 타고 바람을 쐬려고 해도 불편하기도 하셨고 예전에는 하루 한두 번은 꼭 바람을 쐬자고 하셨는데 그것도 힘이 드시는지 그저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셨다.

 

새벽녘이 되어서 아빠가 갑자기 호흡을 가쁘게 쉬시면서 과호흡이 왔다.

간호사를 호출하고 혈압을 재니 혈압이 194였다. 숨이 가빠져서 놀라서 혈압이 상승한 거 같다고 했다.

간호사가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주며 처치를 해주어 겨우 잠이 드셨다.

 

아침 회진 후에 주치의가 와서 산소 튜브와 호흡 치료도 꼭 하고, 식사도 잘하고 기력을 찾아야지 좋아진다며 말을 하자 아빠는 알겠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회진 후에 주치의가 조용히 불러서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주치의는 아빠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마도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될 거 같다고 했다.

부쩍 안 좋아지신 걸 알지만 한두 달도 아니고 일주일이라니... 

할 말이 생각이 나질 않고 이마에서 비집고 나오는 땀이 느껴지며 어지러웠다.

 

우리 가족들은 회의 끝에 아빠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시기로 했고 그 뜻을 미리 의사에게 전했던 터라 주치의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상담을 하러 찾아올 거라고 말을 해주었다.

 

아직 아빠에게는 호스피스 병동에 대해 얘기를 하지 못했었는데 암병동에 있다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환자들을 몇 번 보셨던 아빠가 '거기 가면 끝인 거야'라는 얘기를 하신 적 있기 때문이었다.

차마 말씀을 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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