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다음날 다시 색전술을 시행했다. 제발 이번에는 처음 받았을 때처럼 힘드시질 않길... 색전술을 받고 병실로 돌아오고 얼마 있은 후부터 또 복부 통증이 시작됐다. 진통제를 맞았지만 소용없었고 아빠는 계속해서 진통제를 더 놔달라고 호소했다. 간호사가 진통제를 놓아드렸으니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했지만 아빠는 막무가내로 진통제를 찾았다. 얼굴이 일그러지시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빠를 보고 있자니 계속해서 간호사에게 진통제가 더 필요한 거 같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는 담당의에게 물어보고 얼마만큼의 진통제를 놔주고 이렇게 5번의 진통제를 맞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색전술 받은 날은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꼬박 밤을 새우며 고통스러워하셨다. 아침에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을 왔을 때..
항암을 위해 네 번째 입원했다. 마찬가지로 병실에 대기가 밀려 입원이 며칠 늦어졌다. 입원 후 바로 항암을 진행하지 않고 CT와 MRI를 찍는 등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아침 회진을 오신 후 담당의 선생님이 복도로 나를 조용히 불러냈다. 아빠는 눈치채지 못했다. 또 상태가 안 좋아졌나... 불안감과 함께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얼마 전부터 보였던 폐렴을 얘기하시면서 첫 번째 달에 찍었던 CT에서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두 번째 달 CT에서는 폐에 0.5cm 정도의 알갱이들이 보였고 세 번째 CT에서는 2.0cm 정도로 커졌다고 했다. 간암이 폐로 전이된 것이었다. 주입술을 하면서는 식사도 비교적 잘하시고 상태가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전이되는 속도도 암이 커지는 속도도 생각..
케모포트 시술 후 본격적으로 항암제를 주입하기로 했다. 3일간 5fu와 시스플라틴이라는 두 가지 항암제를 1-2-1 방식으로 주입했다. 1-2-1 방식이란 첫째 날 한 가지 항암제를 투여하고 둘째 날은 두 가지 항암제, 셋째 날은 다시 한 가지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첫째 날 5fu를 5시간 주입했는데 주입할 때는 케모포트와 연결된 관에 기계를 달아서 5시간 동안 일정한 양이 투여될 수 있도록 조절했다. 케모포트 시술의 통증이 아직 남아있어서 힘드시긴 했지만 다행히 항암제 때문에 더 힘들어하시지는 않는 듯했다. 둘째 날은 5fu를 5시간 주입한 후 시스플라틴을 2시간 주입했는데 시스플라틴을 주입한 후에는 울렁거림이 심하시고 힘들어하셔서 셋째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 항암제를 주입할 수 없었다. 넷째..
1차 항암에서 했던 색전술을 아빠가 견디시지 못하자 2차 항암부터는 항암제 주입술로 바꿔보기로 했다. 항암제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케모포트 시술을 해야 했다. 케모포트 시술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경구 복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주사로 주입을 하게 되고 매번 혈관을 찾아 주사 바늘을 삽입하는 것은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며 어떤 환자의 경우 혈관이 잘 드러나지 않아 여러 번 주사 바늘을 주입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기에 이런 불편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쇄골 아래에 동전 크기 정도의 포트를 삽입하는 것이었는데 피부 아래에 삽입해 놓고 매번 항암제 주입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혈관을 찾기 어려워 주사 맞을 때마다 곤욕을 치르시는데 참 다행이다 싶었다. 케모포트 시술을 위해 다시 이동 침..
색전술을 하고 나서 경과가 좋은 경우 대부분 1주일 안에 퇴원을 한다. 하지만 아빠의 몸은 색전술을 견뎌낼 만큼의 체력이 되지 않으셨고 2주가량 병원에 있는 내내 먹는 것도 힘들고 통증도 심했다. 식사를 못하시기에 엔커버(장기간에 걸쳐 음식물 섭취가 곤란한 환자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경장영양제)를 처방받아 조금씩이라도 드시게 했다. 주변에서 보통 하는 말에 '암은 못 먹어서 죽는 다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혈액투석도 이틀에 한 번씩 하시려면 그만큼 체력이 받쳐주어야 하는데 드시지를 못하니 투석도 해야 할 만큼을 못 채우게 되고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니 몸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2주가 지나 조금 몸을 추스르시게 되자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한 달에 한 번씩 항암을 해야 하..
침윤성 간암으로 수술은 불가했기에 다른 방법으로 색전술을 시행하자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색전술이 뭐냐고 물어보니 간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한 뒤, 혈관을 막아서 종양을 괴사시키는 시술이라고 했다. (간 조직은 2가지의 혈관에 의해 산소 및 영양을 공급받는다. 하나는 소장 및 대장 등을 돌아 나오는 문맥(Portal vein)이라는 혈관이며 다른 하나는 대동맥에서 직접 나오는 간동맥이다. 정상 간 조직은 주로 문맥에서, 종양 조직은 주로 간동맥에서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에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동맥만을 선택하여 항암제를 투여하고 항암제 투여 후 혈관을 막게 되면 정상 간 조직은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킬 수 있다.)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입원을 해서 제일 먼저 겪는 어려움은 정맥주사를 놓는 일이었다. 아빠의 왼쪽 팔은 혈액투석을 받기 때문에 혈관 주사를 놓을 수 없다. 다른 쪽 팔도 수차례 반복된 입원으로 인해 혈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상처투성이 팔을 간호사가 연신 때려가며 주사 놓을 곳을 찾아보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쓰읍.. 아고.. 하아..' 탄식을 내뱉을 때가 대부분이다. 두 번을 시도해 보지만 실패하자 간호사도 보호자도 서로 당황한다.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린 아빠를 보며 머뭇거리던 간호사는 죄송하다며 발에서 혈관을 찾아보자고 한다. 하지만 양 발도 괜찮은 혈관을 찾기는 어렵다. 발에서 한 번을 더 찔러봤지만 실패한 간호사는 안 되겠는지 정맥주사 전문 간호사분을 호출해 주겠다고 한다. 그럴 거면 진작 불러주시지... 마음속..
의자에 앉아 꼬박 밤을 새웠다. 어제 오전에 전원을 온 뒤로 커피 몇 잔만 마셨는데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아빠가 금식을 하고 계시니 옆에서는 뭘 먹기도 마시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우니 식사는 그냥 거르기 일쑤다. 얼른 입원 병실을 배정받아 올라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았다. 전날 응급실 병상을 배정받고 나서 입원접수를 했는데 입원 병실을 선택해야 했다. 5인실, 2인실, 1인실 중 선택을 할 수 있지만 5인실만 선택을 하면 병실이 나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란다. 응급실도 법적 체류 시간이 24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이 지나서 일반 병실을 배정받지 못하면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아니면 퇴원을 해야 된다고?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
앰뷸런스에서 내리자 응급실로 들어가기 전 간호사와 의사 몇 분이 오셔서 혈압과 혈당을 재는 등 체크를 했다. 아빠를 간이침대에서 내려 의자에 앉힌 후 앰뷸런스 비용을 지불하고 응급실 접수를 했다. 응급실 앞쪽에 아빠를 모시고 가서 앉히고 짐을 들고 와 한쪽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응급실 대기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의 의자는 딱딱했다. 초조함으로 가득한 곳. 이곳 병원 응급실은 대기실에서도 환자들이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쪽의 안내 전광판을 보니 절차에 따라 3시간을 대기하여야 응급실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을지 결정이 난다고 쓰여있었다. 3시간이라고? 설마... 그냥 통상적으로 써놓은 거겠지. 암환자를 3시간이나 이렇게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 앉혀놓겠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