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니... 멍한 상태로 병실에 들어가 잠들어 있는 아빠를 바라봤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맥없이 앉아있다가 엄마와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한테 말도 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인터넷 검색을 했다. 암, 간암, 췌장암, 암에 좋은 음식, 암센터, 간암 의사 등... 아무것도 모르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떤 거라도 채워 넣기 바빴다. 아직 어떤 암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과 상의하여 전원을 하기로 하였다. 건강하시던 분도 아니고 온갖 병을 달고 살고 혈액투석까지 하는 분인데 암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니 좋다는 병원으로 가보자. 다음날 엄마가 함께 아빠에게 병원을 옮기자고 말하며 암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젠 암까지..
응급실에서의 하룻밤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마치 다른 이들의 삶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처럼 시간이 빨리 흐른다. 아빠는 밤새 뒤척거리고 힘들어하셨다. 다음날 어떤 검사를 할지 몰라 금식을 해서 더 힘들어하셨다. 당뇨로 인해 자꾸 저혈당에 빠져 간호사께 몇 번 말씀을 드려 포도당 주사를 더 높게 맞았지만 배가 고프고 힘드신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저혈당증은 혈액 중의 혈당 농도가 일정치 이하로 떨어져 있는 현상이다.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등의 행위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어 혈액의 혈당치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서투른 말투, 혼란, 의식 상실, 발작 또는 죽음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기아, 땀, 떨림, 약점 같은 느낌도 있을 수 있다. 증상은 일반..
대학 병원 응급실은 생과 사가 함께 하는 곳. 초조하게 기다리고 분주하며 언제나 푸념과 고성이 오고 간다. 엄마는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앉아 계셨다. 전광판에 뜨는 아빠의 이름만 계속 바라보며 엄마와 난 손을 잡고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나 방송에서 아빠의 이름을 호명하며 보호자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보호자는 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기에 엄마는 기다리라고 하고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아빠는 얼굴이 너무 창백했고 다행히 통증은 조금 가라앉은 거 같았다. 병원에선 검사를 더 해봐야 할 거 같다며 오늘은 응급실에서 지켜보자고 했다. 나와서 엄마를 안심 시키고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내드렸다. 아빠는 진통제와 수액을 맞으며 누워 계셨고 난 침대 옆 간이 의자에 ..
참 아픈 이 얘기를 블로그에 정리하는 이유는 너무도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을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 여가 넘은 이 시간에 다시금 정리하고픈 마음이 들어서이고 또한 그때의 나처럼 당황스럽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누군가가 읽고 동병상련의 위로를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아빠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 시대의 누군가의 아버지들도 다 그러했을까. 걸어온 삶의 길도 그러했지만 30대에 진단받은 당뇨병과 고혈압은 평생 아빠를 괴롭혔다. 본인의 건강을 살뜰히 챙기지 못한 아빠는 평생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응급실에 실려간 횟수는 기억도 못할 정도였다. 결국은 당뇨병으로 인한 괴사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다. 일주일에 세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