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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와서 2차 항암제 스티바가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큰 부작용은 없는 듯했다.
2주 뒤에 외래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퇴원 후 1주일 만에 아빠는 숨이 많이 차다고 하셨고 근처 응급실로 가면 다시 서울에 치료받는 병원으로 전원을 보낼 것이 뻔하여 다니는 병원 병동에 전화를 하여 급하게 외래 진료를 보기로 했다.
지난번 흉수를 뽑을 무렵부터 아빠는 숨이 차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집에서도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 병원에 갔을 때 산소 튜브를 코에 끼시고 투석을 받곤 했다.
아빠에겐 흉수 뽑은 지 일주일밖에 안됐으니 흉수가 다시 많이 차지는 않았을 거라고 안심시키며 병원 외래를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일주일 만에 흉수를 다시 1.5리터를 뽑아냈다.
아빠는 흉수를 뽑고 돌아오는 내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라고 혼잣말하듯 말씀하셨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예정됐던 외래 진료를 보러 가서 피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으니 스티바가를 복용하면서 큰 부작용이 없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했지만 염증 수치가 높아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을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주치의가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을 하라고 얘기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입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병실이 없기 때문이었다. 응급실로 가면 다시 하루를 응급실에서 힘들게 보내야 하고 1인실이나 2인실 자리가 나면 그쪽으로 입원했다가 5인실이 나면 옮겨야 하는 구조이기에 힘드신 몸으로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병실료가 50만 원 가까운 1인실에 또 입원을 하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주치의도 응급실에서 고생하지 마시고 통원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일주일 뒤에 다시 외래를 보자고 했다.
아빠가 숨이 계속 차다고 하여 간초음파실에서 흉수를 뽑았으나 50ml밖에 나오지 않았다.
간초음파실에서 나와 엑스레이를 찍고 (흉수를 뽑고 나면 필수적으로 엑스레이를 찍어서 흉수를 뽑으면서 공기가 들어가 기흉이 생기지는 않는지 확인을 받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통원주사실로 가서 알부민(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는 혈청 단백질의 한 종류. 시판되는 알부민 주사제란 사람의 혈청에서 알부민 성분만을 추출한 것)과 항생제를 맞았다.
알부민은 맞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한두 시간 가까이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있었는데 병원 간초음파실에서 전화가 왔다.
환자분이 병원 내에 계시냐고 하면서 엑스레이 결과 기존에 계속 흉수를 빼던 왼쪽 폐에서는 흉수가 없었지만 반대 오른쪽 폐에서 물이 차 있는 게 보인다면서 주사를 맞고 다시 간초음파실로 와달라고 했다.
결국 다시 가서 오른쪽 폐에서 흉수 1.4리터를 빼냈다.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하고 피 뽑고 검사하고 주사 맞고 흉수까지 두 번 뺀 아빠는 무척이나 힘들어하셨다.
일주일 뒤면 다시 병원에 외래를 보러 와야 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에 계셨던 다른 간암 환자분들을 보면 전국 각지에서 오셔서 입원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암환자이다 보니 그래도 서울의 어느 병원이 좋다더라, 유명하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오시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두 번 와서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몸상태가 좋아질 때도 나빠질 때도 있는데 지금 아빠와 같이 많이 힘드신 상황에서 몇 시간 걸리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통원이든 입원이든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 경기도에서 오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시는데 말이다.
병원에 오는 길도, 집으로 가는 길도 모두 고되지 않고 우울하지만은 않길... 바라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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