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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을 해서 정규 외래 검사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통증으로 인해 가슴에 붙이는 마약성 패치 통증제와 먹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고 버티셨다.

 

지난 섬망 이후에 증상에서 완전히 돌아오셨어도 혈액 투석을 하시기 때문에 소변은 하루에 한 번도 안 보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변을 보시는 일이 잦아서 계속 기저귀를 사용하셔야 했다.

오랜 시간 당뇨 합병증과 혈액 투석으로 편찮으셨지만 자존심 강하시고 건재하셨던 아빠가 하루하루 다르게 쇠약해지시고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드신 상황을 보니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나보다 더 속상하시고 자존심 상하실 아빠에게 이건 다 일시적인 거라고... 지금만 이겨내면 다 괜찮을거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누구나 그런다고 말했지만 이런 말들이 아빠에게 위로가 될 거 같진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정규 외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전에는 부축을 해드리면 자주 쉬긴 했어도 걸으셔서 진료를 받으러 가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걷는 것도 힘들어 하셔서 휠체어를 꼭 사용해야 했다. 

 

진료를 보기 전 언제나처럼 피검사를 하고 CT를 찍고 이번에는 간초음파도 했다.

초음파 도중 폐에 물이 많이 찼다고 해서 바로 흉수를 뽑았는데 1600ml나 나왔다.

 

흉수를 뽑는 건 앉아있는 상태에서 등쪽에 튜브가 연결된 긴 바늘을 꽂아서 바닥에 있는 병 안에 흉수가 고이게끔 하는 방식이었다. 바늘을 꽂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자동으로 흉수가 흘러나오는 거라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렸고 움직이지 않고 앉아 계시는 게 힘들다 하셨다.

외래 진료후에 휠체어 탄 아빠는 진료실 밖에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의사에게 약 먹는 거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다고 하고는 혼자 의사를 보러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우리 가족들은 아빠가 계속 완쾌될 거라고 믿고 계시는 희망을 잃지 않기 바랐고 담당의와 주치의에게도 환자가 함께 있을 땐 너무 자세하게 상태에 대해 얘기하진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주치의가 말씀하시길 흉수가 1.6리터나 차 있었으면 숨도 매우 가빠하셨을 것이고 힘드셨을 거라고 했다.

물 속에 빠져서 코 밑에까지 물이 차서 깔딱깔딱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상태에 계속 계신다고 생각하면 될 거라고 했다.

그 공포와 고통이라니...

나로서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전신 항암제는 2차 항암제 스티바가로 바꾸고 역시 혈액 투석 환자이니 정량보다 절반만 복용하기로 했다.

새로 약을 바꿨으니 2주일 뒤에 외래 진료를 보기로 하고 했다.

 

자꾸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불안해지고 걱정이 앞섰지만 내색을 할 순 없었다.

2차 항암제도 부작용없이, 흉수도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라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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