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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으로 가기로 가족들과 회의를 한 후 연명의료 계획서를 제출했다. 

(연명의료 계획서란 말기 환자 및 임종과정(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 시술(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 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그 밖에 담당의사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시술)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게 된다는 담당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있는 경우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한다는 것에 대하여 미리 동의를 표명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다.)

 

본인이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빠가 그동안 섬망증상 등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지셨다가 깨어나시기도 했고 이후에 완전히 회복이 되시지는 못한 상태였기에 가족들이 작성해서 제출하기로 했었다.

연명의료 계획서를 가족들이 제출하려면 직계 가족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서명을 해야 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부모님을 포함해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서명을 해야 했기에 며칠이 걸려 서명을 모두 하여 제출하였다.

 

호스피스 병동에 가려면 연명의료 시술을 중단하게 되는데 아빠는 혈액투석을 15년 넘게 받아오신 분이라 호스피스 측에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여 혈액투석은 받을 수 있게 해 주기로 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기 전날 아침, 투석을 받는 날이라 혈액 투석실에서 투석을 받고 있었다. 

통증 완화 의료 병동(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 한 분과 함께 두 분의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아빠의 상태를 직접 보고 병동 이동에 관한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투석을 받고 있는 아빠는 의사 선생님께서 하는 말씀을 정확히 이해하시 못하시는 듯 무슨 말이냐고 했고 난 병동에서 오신 분들께 일단 제가 자세히 설명을 한 후에 다시 얘기를 하자고 하고는 아빠에게 차근히 말씀을 드렸다.

 

아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시고는 얘기를 듣기만 하셨는데 내가 통증 완화 의료 병동이고 거기서도 입원과 퇴원을 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지금처럼 통증을 느끼지 않고 완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안 아플 수 있을 거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 가'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다시 의사가 와서 '통증 완화 의료 병동으로 옮기시는 걸 동의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으니 아빠는 쉰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아빠에게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불가능하다고 한 상황이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다고 하더라도 혈액투석은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니 지금처럼 모르핀을 맞아도 통증이 심한 상황만 나아진다고 하면 좋을 거 같았다.

다음 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기로 하고 짐을 정리한 후 이동 도우미 분과 함께 침대를 밀며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했다.

병동이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짐을 잔뜩 들고 아빠를 살피며 침대를 밀고 갔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병동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다행히 창가 자리라 아빠에게 하늘도 보여드릴 겸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어 드렸다.

'하늘 보니까 참 좋다~ 그렇지?' 하면서 물어봐도 아빠는 대답이 없었다. 

잔뜩 얼굴만 찌푸리고 계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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