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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편의 이야기로 약 10개월간의 간암 간병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1년 하고도 반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당시에 간병을 하면서 적어두었던 투병 일지를 다시 꺼내 들 수 있었다.

그때의 막막하고도 절실했던 마음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다시 마음이 아프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누군가 나와 우리 가족들이 그랬던 것 같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읽고 아주 작은 도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비로소 아빠를 온전히 떠나보는 내 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우리 가족들에게 그리 살가우신 분은 아니었다.

또 그리 좋은 아빠도 아닌 그냥 그 시대의 아빠였고 엄마에게는 더욱 그러했던 남편이었다.

지금 아빠를 떠나보내고 후회되는 일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살갑게 얘기해주지 못한 것이다. 간병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마음을 먹던 일이었는데 손을 잡고 있어도 입 밖으로 그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더 따뜻하게 말해주고 아빠의 고통과 마음을 더 헤아려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돌아가실 즈음 배가 고프다고 한 아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다.

 

아니.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 아빠를 떠올리면 다 후회가 되고 미안하기만 하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혹은 떠나가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살다가 맞이하는 그 순간은 인생에 있어서 큰 후회가 된다.

 

이상하게도 아빠를 떠나보내고 '만약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이 다가온다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고 몸서리를 치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시간들이 지나고 후회만 가득하지만 그렇지 않기 위한 다짐을 하게 되는 시간들이 되었다. 

부족한 글에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힘을 받는 시간이었다.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삶을 살고자 오늘 하루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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