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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선고를 받고 누워 있는 아빠를 잡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간호사가 들어와 뭔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저 탄식과 함께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간호사가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돌아가실 때 많이 힘드시진 않았을까요... 잠깐 잠이 든 것뿐인데 그 사이에 돌아가셨어요. 임종도 못 보다니...' 하고 말을 잇지 못하자 간호사는 '4시 넘어서 제가 아버님 상태를 체크하러 갔었어요. 그때까지도 잘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마도 마지막 모습을 따님께 보이고 싶지 않으셨나 봐요. 편하게 가셨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 순간에는 그 간호사의 말이 너무도 위로가 되었다. 

잠시 후에 다른 간호사 한 분이 더 오셨고 아버님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며 가지고 있는 옷이 있냐고 물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서 상담을 할 때 옷을 준비해 놓으라고 하여 아빠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양복을 준비해 두었었다.

원래 머물던 4인실 병실로 가서 조용히 옷을 챙겨서 임종실로 돌아왔다.

호스피스 병동 특성상 이런 일이 생기면 더욱 다른 환자들이 동요하고 흔들릴 수 있어 간호사들도 더욱 조심하는 듯했다.

 

가족이나 상조회사에 연락을 하라는 말을 듣고 엄마에게 전화를 먼저 했다.

엄마는 농산물 도매 장사를 하셔서 평소에도 새벽 2시만 넘으면 일어나셔서 일을 하셨기에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새벽 4시가 넘으면 내가 전화를 해서 아빠가 어땠는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었던 터였다.

 

전화를 하니 엄마가 '괜찮았어~'라며 말을 했는데 나는 그저 다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면서 '엄마.. 아빠가... 엄마.. 아빠가...'라고 말했다. 엄마는 직감을 하셨는지 '어떡해... 아.. 어떡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도 나는 괜찮은지 물으셨다. 아빠를 홀로 보낸 내가 걱정이 되셨던 거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상조 회사에 전화를 하니 운구차를 보내준다고 했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나를 위로했던 간호사분이 작은 수건만한 알코올 솜(거즈) 같은 걸 건네주며 따님께서 '아버님 얼굴을 닦아주세요'라고 말하고는 다른 간호사와 함께 아빠의 환자복을 벗기며 몸을 닦아주었다.

나는 멈출 수 없는 눈물을 그냥 흘리며 아빠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닦아주었다.

'잠들어 계신 것만 같은데... 이젠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눈도 뜨실 수 없다니...'

 

몸을 닦아드리고 나서 가지고 온 양복을 입혀드렸다.

아빠의 두 손을 가슴 쪽으로 가지런히 모아드리고 그 손에 간호사가 장미 한 송이를 꽂아드렸다.

그때 그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그때 그 장미의 색깔을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슴에 박힌 그 모습이 그냥 흑백사진인 것 같은 느낌이다.

 

'매일 환자복만 입고 있던 아빠가 이렇게 양복을 입고 있으니 우리 아빠 엄청 잘생겼네.'라고 애써 웃으며 말해드렸다. 아빠도 픽 웃으실 것만 같았다.

간호사가 와서 운구차가 오기 전에 병원 본관 쪽에 가서 사망진단서를 떼야한다고 했다.

앞으로 여러 곳에서 사망진단서가 필요해서 넉넉하게 떼어놓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와서 떼야한다고 했다. 

아직도 깜깜한 그 밤에 멈추지도 않는 눈물을 닦으면서 밤길을 걸어 본관의 무인 기계로 가서 사망진단서를 떼고 병원비를 가수납했다.

 

그냥 그 순간엔 이런 현실적인 일들이 우습고 어이가 없게 느껴졌다. 

다시 임종실로 돌아오니 운구차와 함께 아빠를 옮겨주실 분이 오셨고 그렇게 아빠를 장례식장으로 모셨다.

 

평생 동안 너무도 많이 아팠던 우리 아빠...

몸 어느 한구석도 흉터가 없는 곳이 없는 그 몸이 너무도 안타까워요.

고통 없는 곳에서 부디 편히 쉬세요.

이제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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