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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4인실로 돌아오고 나서 낮에 엄마와 여동생이 찾아왔다.

아빠는 대화를 하시지는 못하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고 누워계시거나 주무시다가 깨서는 소변이 마렵다며 연신 손짓을 하셨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지 4일째... 아직 혈액투석을 못하고 계시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투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빠의 땀에서는 소변 냄새가 났다.

엄마는 물수건을 만들어와 아빠의 얼굴부터 발까지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주셨다.

 

아빠의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 가족 모두 알고 있었다.

몸을 닦아드리고 침대에 둘러서서 아빠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빠가 뭔가 말씀을 하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쉰 목소리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굴에 바짝 귀를 갖다 대고 들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엄마는 아빠가 하신 말씀 중에 '잘 있어'라고 하는 말씀을 들으신 거 같다고 했다.

정말 그랬을까... 이별을 예감하시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셨던 걸까...

내 마음에는 아빠가 조금이라도 정신이 들어서 엄마에게 마지막 말들을 해주었으면 했지만 대화가 가능하신 상태가 아니었다.

삶을 정리하시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을 거고 엄마도 듣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었을 텐데...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4인실에 가족들과 함께 있다 보니 그제야 정신을 챙기고 주변분들이 보였다.

4인실에 아빠를 포함해서 세 분의 환자분이 계셨는데 마주 보는 병상에 계셨던 환자분은 연세가 무척 많으신 분이었다.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 호스피스 병동에 벌써 몇 번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계신다고 했다.

아빠에게도 조금만 더 그런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사소한 일상들이 특별하고 간절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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