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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실에서 세 번째 날 새벽에 스스로 잠에서 깨시면서 가래도 뱉으시고 '몇 시야?'라고 물으시거나 '물'이라고 하시면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간호사가 와서 '힘드세요?', '숨차세요?'라고 물으니 '네'라고 대답도 하셨다.

새벽 3시와 6시, 숨이 차지 않게 하는 주사제와 진통제를 맞으시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셨다.

 

잠에서 깨시면 자꾸 소변이 마렵다고 하시면서 일어나려고 하셨는데 아빠는 혈액투석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소변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보시는 상황이었고 암투병을 하시면서 입원을 하시면 따로 소변 때문에 화장실을 가시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기저귀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아빠. 괜찮아. 소변 마려우면 그냥 해. 아빠 기력이 없어서 화장실 못 가서 기저귀 해놨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해도 계속 얼굴을 잔뜩 찌푸리시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듯 표현을 하시며 괴로워하셨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면서도 기존에 혈액 투석환자임을 감안해 투석을 계속 받기로 했던 터지만 아빠가 자꾸 의식을 잃으시기에 투석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혈액 투석을 하다가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의식을 잃은 상태이거나 만약 깨어있는 상태라고 해도 혈압이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투석을 못 받고 계시는 상황이어서 계속 소변이 마렵다고 느끼시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에게 얘기를 해서 소변줄을 넣어서 소변을 빼보려고 했지만 소변은 한 방울도 나오질 않았다.

아빠가 그렇게 느끼시는 것뿐이었다.

소변줄을 넣어본 후에도 아빠는 계속 소변이 마렵다고 힘들어하셨고 이후에도 한 번 더 소변줄을 넣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계속 주무시다가 잠깐 깨시면 '배고파'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며칠을 포도당만 주사로 맞으시고 식사를 하시질 못했으니 나도 애가 탔다.

뭐라도 드시게 드리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아빠가 자꾸 의식이 다운되는 상황에서 음식물이나 물을 삼키시면 기도로 넘어가거나 해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게 하고 입안을 물로 적신 거즈로 닦아드리거나 간호사가 준 작은 분무기에 물을 넣어 입안에 혀 아래쪽으로 뿌려드려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해드렸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가슴이 아픈 말이 아빠의 '배고파'였다.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도 속상한데 무엇도 해드릴 수 없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

 

가끔 엄마와도 얘기를 하면서 '그때 황도 국물이라도 좀 입안에 뿌려드릴걸' 그건 괜찮지 않았을까... 라며 속상했던 마음을 전하기도 했었다.

 

오후에 회진을 온 주치의가 의식 다운 상태에서 약간의 대화가 가능해지시게 되니 일단은 다시 4인실로 병실을 옮긴 후 추후 지켜보자라고 하여 병실을 다시 4인실로 옮겼다.

 

하루 종일 천장만 보고 계시다가 잠드시다가 하는 상태였지만 다시 희망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투석을 못하시고 계셔서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투석을 못하시면 돌아가시게 될 텐데...

이도 저도 못하는 막막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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