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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병원 응급실은 생과 사가 함께 하는 곳. 초조하게 기다리고 분주하며 언제나 푸념과 고성이 오고 간다.
엄마는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앉아 계셨다.
전광판에 뜨는 아빠의 이름만 계속 바라보며 엄마와 난 손을 잡고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나 방송에서 아빠의 이름을 호명하며 보호자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보호자는 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기에 엄마는 기다리라고 하고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아빠는 얼굴이 너무 창백했고 다행히 통증은 조금 가라앉은 거 같았다.
병원에선 검사를 더 해봐야 할 거 같다며 오늘은 응급실에서 지켜보자고 했다.
나와서 엄마를 안심 시키고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내드렸다.
아빠는 진통제와 수액을 맞으며 누워 계셨고 난 침대 옆 간이 의자에 앉아 그런 아빠를 지켜봤다.
응급실에서 보호자는 그저 딱딱한 간이 의자에 앉아 밤새 지켜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빠는 밤새 뒤척이고 아파한다.
응급실의 이동식 침대가 편할 리도 없을 뿐더러 정신없는 응급실에서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할 때마다 간호사에게 얘기해보지만 바로 처치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간호사는 담당의 에게 전화로 물어봐야 하고 오더가 내려지면 그제야 주사를 놔주거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그 어디에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처럼 빠르고 친절하게 대응해주는 곳은 없다. 응급실은 언제나 그러했다.
병상들은 각각 커튼이 내려져 있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보호자가 앉는 간이 의자를 조금만 빼도 옆 환자의 병상과 부딪쳤다. 일어날 때도 조심조심...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허벅지 정도까지만 가리워진 커튼들 사이로 보니 옆 병상의 다른 몇몇 보호자들은 옷을 깔거나 침대 시트를 얻어와서 바닥에 깔고는 몸을 누이고 계셨다.
한기가 올라와 잠을 이루지 못할 테지만 고단한 몸을 누이는 것 만으로도 쉼을 청할 수 있으리라.
드나드는 의사와 간호사가 물어보는 것들에 대답을 해주며 신음과 고성과 발자국 소리만 가득한 곳에서 뜬눈으로 의자에 앉아 날이 밝기 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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