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간암 간병기 - 삶의 이야기
섬망 증상으로 인해 혼수 상태에 빠지다. (열네번째 이야기)
더불어숲2
2020. 7. 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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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으로 인해 모르핀까지 맞은 아빠는 그간 못 주무셨던 잠을 몰아서 주무시는 건지 일어나시질 않으셨다.
식사라도 하시고 주무셔야 할 것 같아 둘째 날부터는 흔들어 깨우고 일으켜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고 침대를 세워 앉혀 봐도 고개를 뒤로 젖히시고는 계속 주무실 뿐이었다.
간호사에게 증상을 호소하니 담당의가 왔고 담당의는 간성혼수로 보인다며 몸 안에 암모니아가 쌓여 생길 수 있는 증상이므로 관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간성뇌증 또는 간성 혼수는 간질환이 진행된 경우의 합병증으로 급성 및 만성 간질환 모두에게 올 수 있다. 간성뇌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간 기능 손상으로 인한 여러 가지 독성물질의 축적(암모니아), 혈중 아미노산의 조성 변화, 혈중 및 뇌에서의 신경 방해 물질 증가이다. 이 중 간성뇌증은 혈중 암모니아치의 증가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단백질 대사로 생기는 암모니아가 간에서 제거되지 못하고 혈중에 쌓여 혼수를 초래하게 되므로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관장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아빠는 키가 184cm로 굉장히 크신 편이었다. 많이 마르시지는 했지만 그래도 간호사와 내가 의식도 없는 아빠를 돌려 눕히고 관장을 하고 기저귀를 입히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특대형 기저귀를 사와서 아빠에게 입히고 관장을 지켜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고 다음날까지 두 번의 관장을 더 해봐도 드신 것이 없어서인지 반응이 없었다.
중간중간 계속 아빠를 깨우면 세게 흔들어 깨우면서 크게 부르면 미약하게 '응' 하면서 대답을 하시거나 죽이라도 드시게 하려고 일으켜 세워 앉혀 놓으면 아주 잠깐 눈을 뜨시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시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입에 죽을 넣어드리면 다시 입을 벌리고 주무시기 일쑤였다.
3일째부터는 헛소리를 하신다거나 헛손질도 하셨다.
뇌 MRI를 찍자고 하여 MRI를 촬영하고 피검사 등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잠만 주무시기 시작한 지 4일째였다.
검사 결과 수치상 간성혼수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뇌 MRI 결과도 미세한 뇌경색이 있어서 약을 처방했지만 지금 증상을 알 수 있는 문제는 없다고 했다.
간초음파와 폐 엑스레이도 찍었다.
간초음파에서 복수도 없고 엑스레이에서 폐렴이 보여 항생제 단계를 올려 맞고 호흡기 치료를 시작했다.
호흡기 치료를 하려면 기계에 약을 넣고 나오는 연기를 네블라이저를 입에 물고 깊게 마셨다가 뱉어야 했는데 의식이 거의 없으셔서 그냥 입에 물려놓거나 코에 갖다 대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간성혼수도 아니고 그러면 대체 왜 의식을 잃고 계신 걸까...
설마 이대로 못 깨어 나시는 건 아니겠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피를 말리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검사를 다 끝낸 후에 담당의가 와서 지금 혼수상태가 섬망 증상이라고 했고 이는 간암 말기의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섬망(delirium)이란, 일시적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안 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것과 같은 심한 과다행동이나 환각, 환청, 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대표 증상은 밤에 불면증상을 보이며 사람, 날짜,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저하되고 환시, 환청, 환미, 환촉과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으며 비논리적인 사고, 피해망상, 의심 등을 흔히 보인다. 또한 초조함, 과민성, 산만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각성 저하, 혼동, 진정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충동적인 돌발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밤에 심해지고 낮에는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아빠는 혼수상태에서 의식이 없으시다가 6일째가 되는 날 새벽에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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